나의 독서여정을 위해 아주 어릴 때로 돌아가보면, 우리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던 옹고집전을 할머니가 밭일 하는 옆에서 낭독했던 게 떠오른다. 하지만 뭐 엄마가 사준 위인전 등 여러 전집 중 읽어본 것은 손에 꼽고(만화로 된 삼국지는 읽음=자랑), 독후감 숙제가 나오면 요약본을 읽고 써가는 요령을 피웠다.
그러다 엄마가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알바겸 봉사활동을 하시게 되어, 그 기회로 매일 출석도장 찍듯이 도서관에 가게 되었다. 시골 도서관에 얼마나 많은 책이 있었을까 싶지만, 나의 시간을 때우기에는 충분한 책들이 있었다. 흥미 위주의 소설책이긴 했지만, 그 곳에서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가면서는 절독(?)하게 되었고(공부도 안함), 대학생이 되어서는 시험기간에만 책을 빌려보는 사람이 되었다(시험기간 아니면 도서관 자체를 안가기 때문). 일을 시작하면서는 정말 책을 멀리했고, 회사를 그만두고 캐나다에 오기 전에는 얼마 있지도 않은 책 마저 중고로 팔아버리고 가볍게 짐을 꾸리기도 했다.
이제 생존을 위해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나는, 영어동화책을 사서 캐나다에 왔다. 캐나다에서 더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굳이 한국에서 사서 배로 붙여 더 비싼 책을 만들어 버렸지만, 지금 생각하면 제일 잘 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쉬운 동화책이지만, 캐나다에 와서도 한동안 별 흥미가 없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락다운이 되어 집안에 갇히게 되며, 동화책을 꺼내보기 시작했다. 독서가 목적은 아니었다. 문법 책도 싫고, 학원 다니기도 싫으니, 영어로 된 책이라도 읽으면 뭐라도 배우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다시 읽게 된 책이 나의 취미를 만들어줬고,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캐나다에 살고 있기 때문에 구하기 쉬운 영어책을 위주로 읽고 있다. 변변찮은 영어 실력으로 거북이 처럼 읽고 있지만, 독서가 주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유투브에서 볼 수 있는 '다독으로 영어를 잘 하는 법' 처럼 드라마틱한 아웃풋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영어에 대한 이해력이나 어휘력이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인터넷에서 봤는데, 꾸준한 기록은 힘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 작게나마 나의 독서 여정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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